글
들꽃
- 기묘찬
들꽃을 보는 것이 좋았다. 들꽃을 꺾어 와 매일매일 보고 싶었다. 그럴순 없었다.
들꽃은 들꽃으로서의 아름다움이 있기에. 어느날 은은한 향기의 그 들꽃이 사라졌다.
서러웠다. 그 꽃은 내 소유가 아니었는데도. 슬퍼서 끅끅 울었다. 들꽃 때문에 슬퍼하는 나를 보며 사람들이 웃는다. 제 때 꺾어오지 않은 내가 바보라며 나무란다. 들꽃은 들꽃일때가
아름답다고 생각한 내가 그렇게 어리석었던걸까. 비가 내린다. 눈 앞이 희뿌옇다.
하지만 이해한다. 꽃을 좋아하는 방식은 모두가 제각각이기에.
이제는 향기를 맡을 수도 잎새를 쓰다듬을 수도 마주보고 앉아 지긋이 바라볼 수도 없지만 난 추억한다. 마음이 포근해지는 향기를. 바람에 나부끼는 몸짓을. 조곤조곤 말을 건네는 목소리를. 함께 지새는 새벽녘을. 기억한다. 나란히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꽃을 피우던 그 때를. 고맙다 미안하다 좋아한다 표현하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. 비를 맞고 강한 바람이 불어도 항상 그 자리에 있어줬던 너의 모습을. 대화를 나누던 그 곳. 그 때. 그 소리. 그 풍경. 그 내음새. 그 감촉. 그 이야기들. 모두.